2014. 10. 12. ~14. 설악산(공룡능선)
소공원 - 비선대 - 마등령 - 공룡능선 - 무너미재 - 천불동 - 비선대 - 소공원
오래 전부터 설악산 산행을 같이 하자는 제주에서 감귤농장을 하는 후배의 청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루다 마침 후배가 아들의 논산훈련소 퇴소식에 참석할 겸해서 며칠 일찍 서울로 와 설악산으로 가기로 하였다.
11일 날 예정 시간보다 빠르게 서울에 도착한 후배는 속초 친구도 만날 겸 먼저 속초로 내려가고 나는 밤 11시 버스로 속초로 내려가 후배와 만나 소공원으로 향했다.
소공원으로 입산을 한지가 오래되다 보니 그 동안 입장료도 더 올라서 인당 3,500원,,,,
설악의 맑은 새벽 공기를 맞으며 비선대에 도착을 하니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아 여러 명 철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3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단체로 왔는지 많은 산 꾼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었고 들머리는 시골 장터 마냥 전국의 사투리로 시끄러워졌다.
5분 전 3시에 출입문을 오픈하자 천불동쪽으로 또 마등령 쪽으로 긴 랜턴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갔다.
후배가 언제 또 마등령코스를 오를 수가 있을지 모르고 또 공룡능선에서 박을 할 계획이기에 천천히 오르면서 비선대에서 마등령 구간의 풍경을 볼 수가 있게 날이 밝을 때까지 여유 있게 산행을 이어갔다.
문제는 후배가 내륙 산 그것도 설악산이 처음이라는 것과 너무나 철저히 준비한 배낭의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산행 시간계획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준비한 배낭 덕을 톡톡히 잘 보았지만,,,,,,,,,,,,
그 걱정도 잠시 날이 밝으면서 눈에 보여지는 풍광에 대해서 설명을 또 더 좋은 자리로 안내하느라 둘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가을 설악에 빠져들었다.
한 여름같이 무더운 날씨 속에 예정 시간보다 늦게 마등령에 도착을 하여 간단한 행동 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니 그때부터 후배의 배낭무게 그리고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산행 길에 시간은 갈수록 지체되어 갔다.
1275봉을 지나면서 날은 어두워져 갔지만 계획한 목적지까지 가 박을 하려고 앞에서 이끌어보지만 후배는 여간 힘들어 하지를 않는다.
신선대를 눈앞에 두고 나름 아늑한 박지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서울 출발 전부터 계속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또 하였기에 13일 날 비만 30~50mm 내리는 것으로 생각을 하였는데 밤 11시가 넘어가면서 바람이 거세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을 하였다.
워낙 바람이 거센 설악이지만 바람의 세기가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그렇게 텐트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와 바람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경 갑자기 차가움이 느껴져 눈을 뜨니 텐트 옆이 졌어있었다.
깜짝 놀라 비옷을 입고 텐트 플라이 앞문을 여니 바로 문쪽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고 밖에 나와서 텐트를 돌아보니 그렇게 단단히 박은 팩이 양쪽
다 빠져버렸고 뒷 쪽의 양 사이드 팩으로 고정한 끈도 늘어져 있었다.
팩을 다시 박고 주변의 큰 돌을 팩 위에 올려 놓고 텐트 속에 들어 와서 다시 일기예보를 확인하였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 외에는 바람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태풍이 지나 가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침 7시가 넘어가니 그 때야 속초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렸고 또 강한 바람을 조심하라는 예보가 뜬다.
이건 일기예보가 아니고 일기 현재상황보고다 완전히,,,,
이런 날씨면 누구든 공룡을 타기는 힘들기에 비바람이 그칠 때까지 텐트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후배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비상식량을 충분히 준비를 하였고 또 산을 오르면서 마등령쪽 과 1275봉 밑에서 물도 충분히 확보하였기에 커피도 자주 마셔 가면서 사내 둘이서 하루 종일 같이 보내면서도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던지 전혀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온도가 많이 떨어졌기에 버너 위에 빈 코펠을 올려놓고 약하게 불을 피워 텐트 속의 온도를 따뜻하게 하여 체온을 유지하였다.
텐트 밖에는 강한 비바람 소리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고 얼마나 많은 비가 왔기에 텐트 아래쪽(누우면 허리 밑 부분) 바닥이 거의 4~5cm가 내려앉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오후 6시가 되니 그때서야 비바람이 잦아든다.
하산을 하여서 알았지만 그 날 마등령에 120mm의 비가 내렸고 설악산은 입산을 통제하였다고 한다.
텐트 속에서만 근 32시간을 보내고 14일 아침 일찍 식사 후 신선대로 가 공룡을 바라다보니 기대하였던 비가 온 후의 공룡의 모습은 아니었다.
대청과 중청 그리고 멀리 귀떼기청봉은 올 해 첫 상고대로 하얀 모자를 쓰고 있었고 구름사이로 파란 가을 하늘이 보이기 시작을 하였다.
후배가 서울로 올라 와 다시 대전으로 가야하고 또 천불동 계곡을 내려가면서 볼 것도 많기에 하산을 시작하여 지난 밤 강한 비바람에 그나마 남아있는 단풍을 즐기면서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박 배낭을 메고도 하루면 충분히 산행을 마무리 할 수가 있는 코스를 2박 3일 만에 마무리를 한 정다운 후배와 같이 한 아주 기억에 남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