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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

[스크랩]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열가지 이유

은당 (恩堂) 2009. 8. 11. 16:06

<초벌원고의 내용 그대로를 옮겨봅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10가지 이유

하나. 다양한 필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컬러네거티브, 흑백, 슬라이드 등의 종류와 많은 메이커들, 각각의 특성이 다른 많은 필름들이 있고, 촬영하는 방법, 현상하는 방법, 그리고 스캔이나 인화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이미지를 나중에 보정해내는 방법도 있지만, 따로 보정하지 않아도 필름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서로 다른 느낌과 특징의 사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필름사진에는 있습니다.

, 수많은 필름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카메라도 많이 보급되었고 메이커마다 다양한 기종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과거 수십 년 이상 만들어지고 보급된 수많은 필름카메라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 집에서 고이고이 간직되어온 카메라들도 다시 꺼내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이 발전해 온 지난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져 온 수많은 다양한 방식의 클래식 카메라를 되살려 찍는 사진도 크나큰 즐거움입니다.

, 필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입니다. 감성이라는 어휘가 과대포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분명히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할 때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은 email로 소식을 주고받을 때와 종이에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을 때의 서로 다른 느낌과 같은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한 컷 한 컷 소모하며 소중하게 촬영하고, 현상소에 가서 맡기고, 그들의 정성을 기대하며 나중에 멋지게 인화되어 나온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일련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의 풍취는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때에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관용도와 계조에서 필름이 아직은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월등히 좋고, 촬영과 현상의 기법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맛볼 수 있으며, 흑백사진과 같은 경우에는 디지털로는 아직 만들어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만끽할 수도 있고, 슬라이드필름을 라이트박스 위에서 루페로 보거나 환등기로 감상할 때의 감동은 아직은 디지털사진으로는 어렵습니다.

다섯, 필름으로 찍는 사진에는 차분한 호흡과 기다림이라는 숙성의 시간이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면 대부분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이 완성됩니다. 심지어 찍힐 사진을 미리 볼 수도 있습니다. 셔터를 누르고 곧바로 뒷면의 액정을 확인하는 즉흥적인 디지털 사진에 비해 필름으로 촬영하면 바로 볼 수 없습니다. 어떻게 찍혔을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24컷이나 36컷 단위의 필름을 모두 촬영하기 전에는 카메라에서 필름을 꺼내는 일이 그다지 내키지 않습니다. 잘 찍혔을까, 어떻게 찍혔을까 하는 궁금함과 설레임이 늘 그 속에 있습니다. 현상소에 맡기고 필름이 현상되어 나왔을 때, 비로소 사진들이 정상적으로 촬영되었음을 확인하고 스캔이나 인화를 맡깁니다. 이제 사진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립니다. 이런 기다림의 시간은 마치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을 우체통에 넣어 보내고, 다시 상대방으로부터 손으로 쓴 답장이 도착할 때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설레임과 비슷합니다. 필름으로 찍는 사진에는 그런 설레임이 늘 존재합니다.

여섯,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즐길 꼭지 꼭지들이 훨씬 많습니다. 어떤 필름을 사용할 것인지 고르고 선택하고, 그 필름을 구하고, 어떤 카메라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현상소에 맡기거나 자신이 직접 현상하고, 스캔하고, 혹은 직접 인화하고디지털 사진도 물론 즐길 부분들이 적다는 것은 아니지만,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더 많기 때문에, 그런 과정 과정들을 하나하나 즐기기 위한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로 얼마든지 간편하게 때울 수도 있지만, 직접 재료를 고르고 구해서 다듬고 요리해서 먹고 즐기는 맛은 패스트푸드로는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일곱, 필름으로 찍는 사진도 이제는 디지털입니다. 필름을 필름카메라에 넣고 촬영해서, 현상합니다. 현상한 필름으로는 스캔해서 이미지파일로 만들거나 혹은 종이사진으로 인화하게 됩니다. 인터넷의 동호회나 클럽의 갤러리에도 올려야 하고, 홈피에도 써야 하고, 이메일에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종이사진만으로는 안 됩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겐 스캔이라는 과정이 있기때문입니다. 종이사진으로 인화할 때에도 이제 대부분의 현상소에서는 디지털적인 방식, 즉 스캔해서 디지털인화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줍니다. 스캔한다고 해서 필름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모두 잃는 것은 아닙니다. 스캔을 잘하면 필름마다의 특징을 잘 살린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필름으로 찍어도 얼마든지 디지털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덟, 필름으로 찍는 사진에는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상상의 즐거움이 늘 함께합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으면 셔터를 누른 직후 액정모니터에 뜨는 사진을 확인하는 것이 버릇처럼 익숙해집니다. 아이들을 찍어주면 어떻게 나왔나 바로 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필름으로 찍는 사진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상해서 스캔하거나 인화하기 전까지는 사진이 어떻게 찍혔을지 알 수 없습니다. 잘 찍혔을지, 흔들리지는 않았을지, 어떻게 나왔을지하지만 즉석에서 확인하지 못한다고 불안하거나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극장에서 혹은 비디오로 혹은 디빅으로 영화를 볼 때와, 원작의 소설을 읽을 때와의 차이는 바로 상상의 즐거움입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액정모니터로 확인하지 않아도 머리 속에 그려지는 사진 한 컷 한 컷들이 언제나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아홉, 수십 년 후에도 내가 찍은 사진들을 다시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어디에 보관하시나요? CD 혹은 DVD에 보관하시나요? 혹은 아예 하드디스크로 보관하시는가요? 어쩌면 혹시 CD DVD가 읽히지 않아서, 혹은 하드디스크가 깨져서 모아둔 사진을 날리신 기억은 없으신가요? 다행히 그런 기억이 없으시다면 혹시, 수십 년 뒤에도 CD DVD 혹은 지금의 하드디스크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요? 겨우 십여 년 전의 플로피디스크를 벌써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수백 년 된 책에 담긴 아날로그적 정보는 아직도 전해져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아마 수십 년 뒤에도 필름으로는 내가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필름만 잘 보관한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 번째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필름이 있고, 그리고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기에, 그래서 우리는 필름으로도 사진을 찍습니다.

물론 이런 이유들 말고도 다른 이유들이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계신 당신께서도 또 다른 이유로 필름을 사용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아무튼 우리는, 필름으로도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합니다. 블로거뉴스에서도 뵙겠습니다.)

 

 

출처 :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글쓴이 : 이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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