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줄수록 아름답다.

산 이야기,,

문화일보 기자 김종락님의 글 중에서,,,

은당 (恩堂) 2008. 2. 23. 13:21

 문화일보 김종락 기자님이 쓰신 글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아서 옮겼습니다.

항상 아쉬워하며 옛 산을 그리워하는 마음,,,,,

오랜 산객들은 그 마음 잘 아실 것입니다.

 

#1 그냥 두어도 될 것을 실없는 규제나 잘못된 개입으로 망치거나 왜곡시킬 수 있는 것은 비단 국가 경제나 교육뿐만이 아니다.

산도 그렇다. 방태산 적가리골. 달둔, 살둔, 월둔, 아침가리, 연가리, 곁가리, 명지가리와 함께 강원도 방태산, 개인산 일대 이른바 3둔5가리 중의 하나다. 흉년과 전염병,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10년쯤 전만해도 열목어 노니는 비경의 유토피아였다. 하지만 적가리골에서의 오래 전 추억을 생각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은 최소한 몇 번은 탄식하며 한숨을 내쉬어야 한다. 골짜기에 자리잡은 산림휴양관 탓이다. 진동계곡을 찾는 이들이 소리 소문없이 스며들어 심신을 달래던 골짜기 여기저기엔 건물이 들어섰고, 물소리 들으며 한적하게 걷던 산길 깊숙한 곳까지 포장도로가 나 자동차가 달린다. 골짜기를 망친 산림청은 입구를 가로막은 채 입장료를 받는다.

점봉산 곰배령. 진동계곡 쪽 강선리나 귀둔리 쪽 곰배골에서 고갯마루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산길로, 고갯마루에 지천으로 피어난 야생화로,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로, 아득한 안개와 안개를 휘몰고 다니는 바람으로…, 한번 찾았던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던 곳. 그러나 지금은 드나들 수 없다.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실시되는 입산통제 탓이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은 아니다. 산림청에 이른바 ‘백’이 있는 사람은 가볍게 초소를 통과하고 진동계곡 안쪽 마을에서 민박만 해도 곰배령 가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 그래, 강선리 ~ 곰배령 ~ 곰배골에 이르는 옛길은 불법·편법으로 고개를 오르내리는 이들의 발길로 여전히 반질반질하다.

설악산 서북주릉. 만해마을 못 미쳐 남교리 12선녀탕 계곡에서 출발, 안산 ~ 대승령 ~ 귀떼기청봉 ~ 끝청 ~ 중청으로 이어지는 최소 1박2일 코스는 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지리산 종주보다 더한 로망이었다. 능선 상에 샘이나 산장이 없어 여름에는 큼직한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느라, 겨울에는 눈과 바람,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두툼한 옷을 챙기고 막영도구와 버너, 코펠, 먹을거리를 채워넣느라 큼직한 배낭이 머리 위로 한뼘이나 올라왔다. 하지만 대승폭포에서 대승령 ~ 귀떼기청봉 ~ 한계령 삼거리 ~ 한계령까지의 산길이 모두 계단 따위로 정비돼 고속도로가 되다시피한 이제, 서북주릉에 로망은 없다. 버스를 탄 채 떼지어 몰려와 하루 만에 서북주릉을 주파하려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로 산길은 시장통에 가깝다.



#2 산림청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특정 산길을 요란하게 정비한 뒤 사람들을 떼로 불러들여 온통 저잣거리로 만들어버리거나, 아예 길을 막은 채 애꿎은 산객들을 범법자로 만들어버리는 곳이 어디 이곳뿐일까. 10년 전쯤 가슴 가득 충만함을 안고 걸을 수 있었던 고즈넉한 산길치고 막히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요행히 개방돼 있는 길은 계단 따위로 꾸며지고 사람 떼에 막혀 걷기도 힘들 정도다. 지리산도, 오대산도, 소백산도, 덕유산도 대부분 금지된 길이거나 인공으로 꾸민 길뿐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하는 이가 산림청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매겨놓은 벌금이나 과태료를 규정대로 냈다면 적어도 1000만원은 될 것이다. 이번에 찾은 경북 문경의 대미산(1115m)도 그랬다. 몇년 전, 백두대간을 걸으며, 그 후 천주교 성지가 있는 여우목에서 산을 오르며 가슴 벅찼던 산 입구엔 그 사이 입산금지 경고판이 서고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었다.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비공식이나마 국립공원측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지금이야 취재를 빙자해 산에 오르지만 언제 다시 합법적으로 이 산을 걷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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